수동태에 대해

류광, 2003/08/25 01:34
사람들이 소위 '번역체'라고 하는 문체에 대해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수동태를 남용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한국어에는 수동태가 없다는 말도 하던데요. 뭐 수동태는 없을지 몰라도 피동(입음)문은 있습니다. 수동태와 피동문이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피동문을 만드는 피동화 접미사나 되다, 지다, 받다 같은 동사가 존재하죠.

남용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번역을 하다보면 수동태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데 억지로 피하는 것도 좀 우스운 일입니다.

수동태가 필요한 대표적인 경우는 주어를 계속 유지하고 싶을 때입니다. 시점의 변화를 최소화한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A가 B를 호출하고, C가 A를 호출한다고 하면

1. "함수 A는 내부에서 함수 B를 호출한다. 그리고 함수 C는 A를 호출한다. ..."

2. "함수 A는 내부에서 함수 B를 호출한다. A 자체는 함수 C에서 호출된다. ..."

만일 이 다음에 함수 C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면 1 번이 더 낫겠지만, A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2번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A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

정말로 피해야 할 것은 "~되어지다" 같은 중복된 수동문입니다. 비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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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무개 2003/11/05 01:2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설명을 보충하자면, "~되어지다"가 비문인 것은 이중 피동이기 때문입니다. "~되다"와 "~어지다" 둘 중 하나만 써야 정상적으로 피동을 표현하는 것인데, "~되어지다"는 이중으로 피동을 쓴 것이 문제죠.

  2. Nairrti 2003/11/25 12:35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문제는 번역을 할 때 외국에는 있는 문법이 우리말에 없는 경우 만들어 쓰거나 맞추는 방법 밖에 없어서 쓰는 것과, 일상적으로 쓰는 말에 그 번역할 때에나 써야할 말을 쓰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3. ngel 2011/05/20 18:5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어쩌다보니 여기 들어와 글을 읽게되었습니다.

    번역상 수동형을 얼마나 기술(?)적으로 피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위에 드신 예만을 놓고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면 우리말은 어순(?)을 바꿔도 별 문제 없기 때문에
    '함수 A는 내부에서 함수 B를 호출한다. A 자체는 함수 C에서 호출된다." 보다는
    "함수 A는 내부에서 함수 B를 호출한다. (그리고) A는(를) C가(에서) 호출한다." 라고 하면 어떨까요?



  4. 류광 2011/05/21 19:34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예 그래도 별 차이가 없겠네요. 인접한 문장들에서 주어가 바뀌는 게(제시하신 예에서는 A에서 C로)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예가 그리 강력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