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역과 직역 - Desktop의 사례

Twitter icon류광, 2003-06-04 17:06

MS Win95 이상의 운영체제들에는 바탕화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영문 버전의 Desktop을 옮긴 것입니다.

바탕화면이라는 번역어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 어색하지 않은 좋은 의역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이것은 일종의 오역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Desktop은 다음과 같은 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Where is My Computer ? On your Desktop.

Where is the notepad? On your Desktop.

My Computer를 내 컴퓨터로 번역했다면, Desktop도 책상 또는 책상 위로 번역해야 위의 용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내 컴퓨터가 바탕화면에 있다는 것은 이상한 얘기니까요. 사실 바탕화면은 Wallpaper에 더 가깝습니다.

이런 용법은 Windows 운영체제의 많은 용어들이 기본적으로 사무실 환경을 비유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폴더, 문서처럼요.... 워드로 만든 파일뿐만 아니라 압축 프로그램으로 만든 압축 파일이나 그림판으로 만든 그림도 문서라고 하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번역된 문장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문제이지만, 어법, 용법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기본적인 비유를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개별 단어의 매끄러움을 위해 용법이나 비유를 폐기하는 것은 위험한 의역이죠.

태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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