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OCP 2 번역서 소식 - TeX 조판 실패

Twitter icon류광, 2007-06-18 00:06
안타깝게도 TAOCP 2권의 TeX 조판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5월 말부터 한/글(아래아한글)로 조판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상황입니다. 약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버렸습니다.

TeX이라는 조판 시스템은 애초에 TAOCP(The Art Of Computer Programming) 시리즈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TAOCP 번역서들을 TeX으로 조판하길 기대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저도 기본적인 취지에 동감해서 작년 10월에 한글 TeX 사용자 그룹(KTUG)에 도움을 요청했고, 어떤 분(이하 계약자)과 출판사가 연결이 되어서 작년 말에 구체적인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계약자는 계약 시 약속한 일자까지 결과물을 인도하지 못했고, 그후로도 몇 달 동안 출판사는 결과물은 물론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대안을 제시받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출판사가 너무 느슨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였다면 사채업자들이 채권추심하듯이 했을텐데요^^).

5월 초에 와서야 계약자가 수식이 제외된(이 책의 특성과 애초에 TeX 조판에 기대했던 바를 생각할 때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미완성 원고를 제시했고, 원서의 수식을 가져다 붙여서라도 완성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5월 중순에 출판사가 공식적으로 '실패'라는 결론을 내리고, 한/글로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TAOCP 2권 번역서는 예정보다 적어도 6개월 이상 늦게 출시될 것입니다.

당사자들, 즉 계약자와 출판사는 그냥 '계약 위반'으로 이 사태(!)를 마무리한 듯 합니다. 그러나 TAOCP와 TeX의 관계를 생각할 때 이 책의 TeX 조판 시도 자체를 그냥 출판업계(더 일반화하자면 외주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기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일입니다. 실패 자체보다, 실패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손실입니다.

계약자의 KTUG에 대한 그간의 기여도를 볼 때 이 사태가 계약자 개인의 불성실 또는/그리고 무능력에 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국내 TeX 조판 능력 자체가 아직 (적어도 한/글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것일까요? 닥북과 관련해서 TeX을 조금 사용해 본 것이 전부인 저로서는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KTUG한국 텍 학회의 뜻 있는 분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p.s. 위의 이야기는 대부분 출판사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입니다. 혹시 다른 이야기를 알고 계신 분 계시면 답글이나 트랙백으로 알려주세요~

태그: 번역서 TAO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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