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누스, 커누스, 카누스
Knuth를 커누스라고 표기하는 좀 더 자세한 이유 또는 사정.
Knuth의 한국어 표기에 대해 좀 더 정리하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 후보들이있는데, 우선 누스와 누쓰는 확실히 탈락입니다. K가 묵음이 아님이 명백하니까요.
그 다음으로는 크누스, 커누스, 카누스, 그리고 스 대신 쓰를 사용한 크누쓰, 커누쓰, 카누쓰가 있습니다. 그런데 ~쓰들은 현행 외래어 표기법 상 탈락입니다. 무성 th 발음을 스로 표기한다는 원칙도 원칙이지만 애초에 중국어, 베트남어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할 때 된소리는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외래어 표기법을 따라야 하느냐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니 일단 건너뛰구요. 그리고 외래어 표기에서 된소리가 허용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데 역시 나중에....)
나머지 크누스, 커누스, 카누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도은이 아버님이 크누스, 크누쓰, 커누스, 커누쓰 에 잘 정리해 주셨으니 반복 없이 추가적인 의견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일단, 카누스는 그 글에 나온 이유로 탈락입니다.
이제 크누스와 커누스가 남았습니다. 저도 크누스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도은이 아버님 글에 나온 것과 거의 같은 이유에서요. 간단히 말하면 KaNOOTH의 a는 K가 묵음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번역 막바지까지도 원고에 크누스라고 했었습니다.
번역 막바지에서 원서 출판사의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하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Knuth의 발음에 대해서 Addison-Wesley에 질문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문의 요지가
단순히 Knuth를(특히 K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 것인가를 물어본 것이 아니라, Knuth 홈페이지에 나온 KaNOOTH의 a가 단지 K가 묵음이 아님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냐, 아니면 실제 음가가 있느냐
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AW 담당자의 답은 '아니다, 실제로 음가가 있다'였고, 추가로 그 a는 canal 첫 음절과 같은 음가라는 점도 알려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커누스를 택한 것입니다.
질문을 제가 영문으로 직접 한 것은 아니고 한빛 출판사의 담당자를 거치긴 했지만, 그분이 보낸 영문 질문을 제가 직접 확인했으므로 그 부분에서 오해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외에 오해가 생길 두 가지 가능성은
1) AW 담당자가 그냥 흔한 "Knuth를 어떻게 발음하나요?"라는 질문으로 간주했다,
2) AW 담당자가 Knuth의 발음에 대해 답을 할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인데 둘 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1)의 경우 영문 질문이 비교적 명확했기 때문이구요. (2)는 글쎄요... 다른 질문들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았을 때 Knuth와 직통 통로가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한 위치라는 점에서 역시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른 질문들 중에는 Knuth가 직접 답을 한 경우도 있는데요, 이 질문에 대해 Knuth가 직접 답을 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답의 신뢰성을 더 높이는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그럴 정도로 복잡한 질문은 아니라는 뜻에서요).
그냥 Knuth라고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적어도 출판된 번역서에 Knuth를 그대로 남기는 것은 원칙적으로 번역의 미완성에 해당합니다. (TAOCP1 번역서의 경우 참고문헌들이 많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가독성을 고려해서 그냥 외국 이름들을 로마자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찾아보기에는 일일이 한글 표기를 붙여 두었습니다. 그리고 Knuth는 저자인만큼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하구요.) 무엇보다도.... Knuth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의 문제에 이번 번역서를 통해서 어느 정도 종지부를 찍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이번 번역서에서 종지부를 찍자는)을 크누스, 크누쓰, 커누스, 커누쓰에서 도은이 아버님은 '권위'라고 표현하셨는데, 좀 부담스럽습니다만 어쩌면 '커누스'가 살아남느냐의 여부가 제 번역서를 독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느냐 아니냐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
그리고 Knuth 표기 관련 글을 비롯해서 Knuth, TAOCP, 문학적 프로그래밍에 관한 여러 글을 올리신 작은나무 님(현욱이네)은 도은이 아버님 글의 댓글에서 한자 이름의 독음인 '고덕납'을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내셨는데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나(실제로 이 블로그의 글들에서 Knuth 교수를 '고'교수라고 칭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적어도 청대 이후 인물의)중국 이름을 중국 발음에 따라 표기하는 게 관례(또는 원칙?)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가오더나' 정도가 될텐데 크누스/커누스에 비하면 좀 멉니다.
그래서 결론은 '커누스' 입니다.
추가: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는데, KaNOOTH의 a가 schwa일 뿐이냐의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실제 음가가 '어'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표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 댓글(읽기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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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nes, 2006-09-16 01:09 :
갑자기 트랙백이 달려서 당황했습니다. 도은이아빠구요. 제 개인 블로그에 이미 적었듯이, 저는 "커누스"로 적는 것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결정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저 자신은 KTUG 이외의 사이트에 거의 글을 쓰지 않지만, 아무튼지간에 TAOCP의 번역은, 일대쾌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여러 가지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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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vious7님 고맙습니다~ 표기가 발음을 완전히 대표하지 못하는 것은 번역서가 원서를 100% 반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
Karnes님 이렇게 블로그로나마 의견 나누게 되어서 기쁩니다... 번역서를 (La)TeX으로 조판했다면 아마 엄청나게 귀찮게 해드렸을텐데 아쉽습니다 :) 텍을 포기(?)한 결정에 대해서도 언제 한 번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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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으로 며칠 인터넷 접속을 못한 사이에 재미있는 트랙백이 달려있네요. 제가 도은이네에 고덕납으로 하자고 한 것은 다분히 농담조였습니다. :)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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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까지 묵음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쩝 ㅡ.ㅡ; 커누쓰였군요...ㄳ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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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 2006-10-18 14:10 :
교수 자신이 자신의 이름 발음에 대해 홈페이지에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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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e, 2006-11-05 21:11 :
한자 이름의 독음인 '고덕납'을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도 내셨는데요.
이런 이유라면 "백진호"라는 이름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 http://www-cs-faculty.stanford.edu/~knuth/help.html#exo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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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 페이지의 그 부분은 책에 나오는 비서구인 이름의 실제 표기에 대한 것입니다. 백진호 교수는 정문정이라는 분과 함께 TAOCP 시리즈에서 언급된 두 명의 한국인 중 한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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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e, 2006-11-08 11:11 :
제가 터무니없는 착각을 하고 있었군요. ㅠㅜ
지금까지 쭉 저는 크누스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아마도 교수님의 영향이 컸던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커누스도 크누스하고 느낌이 별로 차이 안나는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발음이 좀 어려운 느낌이들어서 '도날드 아저씨'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만 ^^; 포스트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