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te와 email

류광, 2003/03/27 22:46
이번 글은 독자보다는 번역가를 지망하시는 분들께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remote... 별로 어려운 단어는 아닌 것 같지만, 아주 특이한 경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영어 사전이나 웹 상의 영어 사전들을 뒤져봐도 remote가 동사로 쓰인다고 되어 있는 것은 없습니다. remote는 '원격의'라는 뜻의 형용사이구요. '원격으로'라는 뜻으로, 즉 부사적으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remote control의 줄임말로서의 명사로 쓰이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리모콘이죠...

그러나 제가 번역한 어떤 책에서는 remote를 동사로 쓰더군요. '원격으로 조종하다', '원격으로 제어하다'라는 뜻의 타동사로 쓰이는 문장이 몇 번 있었습니다. 즉 'control remotely'라는 뜻으로 쓰이는 거죠.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은... 한국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어 역시 컴퓨터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따라 잡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용어, 단어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이구요. remote 처럼 기존 단어의 쓰임새가 변하는 일도 생기는 거죠.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예가 email입니다. email은 원래 명사로 쓰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메시징 시스템의 한 종류를 지칭하는, 아주 제한적인 용도로요. 예를 들면..

please send me a message through E-Mail system.

그런에 차츰 네트웍을 통한 메시징 시스템을 대표하는 용도로 쓰이게 되었죠.

please send a e-mail message.

나중에는 아예 '메시지' 자체를 가리키게 되었구요.

please send me a e-mail.

급기야는 동사로도 쓰입니다.

please e-mail me.

이러한 발전 과정은 e-mail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 천착해 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죠. 특히 산업 기반이나 경제 규모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위의 영어 문장을 한글 단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멜줘!'


.....

번역은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프로그래머를 꿈꾸시는 분들... '번역가'도 장래 희망 목록 끝에 올려 놓으세요...

-- 2001. 08. 05 1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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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서드와 스레드

류광, 2003/03/27 22:45
메서드와 스레드..... 뜻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현재로는 마땅한 번역어가 없습니다.

method의 경우 어떤 클래스에 속한 함수나 프로시저를 지칭하는 경우에만 '메서드'로 지칭하고 그 외의 일반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에는 '방법' 등의 용어를 쓰구요. thread는... 욕심 같아서는 '실행 줄기' 정도로 번역하고 싶지만 너무 오버죠...

하고 싶은 말은 발음입니다. 왜 쓰레드나 메쏘드가 아닌가 하는 거죠. 사실 메서드나 메쏘드나 정확한 발음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th 발음이 원래 어렵죠... 발음을 기준으로 한다면 메'ㅅㄷㅓ'드라고 표기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겠지만....

method를 메서드라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비주얼 베이직 한글 도움말에 메서드라고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MS의 한글화 방식을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한글판 비베 관련 초-중급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메서드라는 말을 선택했고,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서 계속 쓰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국어 생활에서 된발음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싸랑해! 보다는 사랑해!가 좋죠... 이와 관련된 한 가지... '먹거리'라는 말을 들어 보셨죠... 그런데 먹거리라는 말은 문법적으로도 옳지 않고, 된발음을 사용하게 만드는 잘못된 말이라고 합니다. '먹을거리'가 옳다고 하는군요.

스레드 역시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한국 MS의 한글화를 보면 비판할 것도 많지만 배울 것도 많습니다. 특히 object와 개체, component와 구성요소 등등...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의미상으로는 정확하죠. 실제로 80년대 후반인가 object-oriented를 객체 지향이 아니라 개체 중심으로 번역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구요. component 역시 애초에 구성 요소라는 단어가 우선권을 잡았다면 지금은 모두가 별 거부감 없이 구성 요소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 2001. 08. 05 15: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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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lable/scalability, 규모 가변적/규모 가변성

류광, 2003/03/27 22:44
scalable, scalability는 웹 기술 관련 서적이면 거의 항상 나오는 말입니다.

웹 애플리케이션이 'scalable하다'라는 말은 사용자 수가 급증해도 애플리케이션이 멈추거나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확장성이 있다' 정도로 번역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scalablity/scalable을 '확장성/확장성이 있다'라고 번역하는 것은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extensible, 즉 기존 애플리케이션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는 쉽다라는 의미와 혼동할 수 있구요.... 두 번째는 scalable은 확장뿐만 아니라 축소라는 개념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많은 사용자에서도 잘 돌아갈 뿐만 아니라, 사용자 수가 적으면 그만큼 서버 자원을 아낄 수 있어야 scalability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scalability는 대형 시스템에서는 대형 시스템에 맞게, 소형 시스템에서는 소형 시스템에 맞게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라는 의미까지 포괄합니다.

즉 설치 상황이나 운영 상황에 따라 애플리케이션의 규모가 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이 scalability이죠. 그래서 '규모 가변성'이라는 말을 선택한 것입니다....

번역서에 이 정도 분량의 역주를 넣기는 좀 무리라서, 대부분의 번역서에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했었는데요... 도움이 되셨길...  

-- 2001. 08. 05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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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용어 - 분화와 impersonation

류광, 2003/03/27 22:44
impersonation과 분화... 이것을 처음으로 올리는 이유는, 아마 분화라는 말을 사용한 최초의 번역가가 저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과, 그러면서도 분화라는 말이 한글 어법에 맞는지 애매한 구석이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컴퓨터 기술 분야에서 impersonation라는 말은 어떤 특정한 접근 권한을 가진 계정이 다른 어떤 특정한 접근 권한을 가진 계정으로 일시적으로 '변신'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웹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웹 애플리케이션은 보통 익명 계정의 접근을 허용하지만, 작업 도중에는 익명 계정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 필요하기 마련이니다. 시스템의 어떠한 비공개 디렉토리에 접근해야 한다던가 등등... 그러한 경우 애플리케이션은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다른 어떤 계정으로 잠시 변신해서 원하는 일을 한 후 다시 원래의 익명 계정으로 돌아갑니다. IIS의 경우 다른 어떤 계정이란 IUSR_컴퓨터이름 계정이겠죠...

impersonation은 사전적으로는 의인화이지만, 저는 '분화'라는 용어를 선택(선택이라기 보다는 조합)했습니다.

분화는... "영화 비천무에서 설리로 '분'한 김희선의 연기는...." 같은 문장에서 쓰이는 '분하다'라는 동사에서 따온 것입니다. 분하다에 화를 붙이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는 솔직히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어쨌든 어떤 배우가 극중의 배역으로 분하듯이, 어떤 계정 문맥이 다른 계정 문맥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분화'라는 말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분화라는 단어는 정보문화사에서 나온 Running IIS 4에서 처음 사용했구요. 그 이후에 두 서너 권의 책에서 분화를 사용했습니다. 이후에도 사용할 것이구요. 혹시 그전에 분화라는 말이 쓰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국어 사전에는 의인화를 의미하는 분화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특기할 만한 일은, 2000년도인가 99년도인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한 글에서 분화라는 말이 쓰였습니다. 제 책을 읽고 쓴 것인지 그 분이 생각해 낸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분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적어도 2명 존재한다는 사실....

임퍼서네이션이나 의인화보다는, 분화가 좋지 않나요. 하루에 세번만 입으로 발음해 보세요... 분화 분화 분화...

-- 2001. 08. 05 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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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꾸미고 있는 음모는...

류광, 2003/03/27 22:42
제가 꾸미고 있는 음모는... 국내의 모든 개발자들이 제가 선택한 용어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번역가라면 당연히 꿈꿔볼 만한 일이 아닐까요.

object를 객체라고 번역한 최초의 번역가(아마 교수나 학자겠죠)는 누구일까요 - 80년대 말인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는 object-oriented를 '객체 지향'이 아니라 '개체 중심'이라고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실렸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찬성하는 이야기이지만, 지금 와서 개체 중심이라는 용어가 쓰일 확률은 0에 가깝죠. 그만큼 최초의 번역/용어 선택은 중요합니다...

많은 프로그래밍 용어들이 한글화되었지만, 한글화 속도 보다는 기술의 발전 속도와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속도가 훨씬 더 빠릅니다. 그래서 일부 개발자들은 그냥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쪽으로 일종의 포기를 한 상태인 것 같구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겠지만 그렇게 놔둬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시판에는 제가 '미는' 번역어들을 주로 올리겠습니다. '분화'라던가 '인도', '적격성' 등등... 어찌 보면 어색하지만, 감히 이야기하지만 쓰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이러한 노력은 단지 한글 사랑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래밍의 여러 개념들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일상 언어와 최대한 가깝게 통합시키는 차원의 문제이구요. 이는 객체 지향 서적에는 별로 나와 있지 않지만 객체 지향적 방법론의 중요한 주제이기도 합니다(이에 대한 부분은 개별적인 글로 올릴 생각입니다).

어쨌든... 제 번역서를 읽으면서 뭔가 좀 설명이 부족하진 않은가 하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 게시판을 통해서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그렇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 200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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