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OCP 번역 이야기...

Twitter icon류광, 2006-04-18 00:04

4월 초에 TAOCP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물론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고 아마도 보통의 책보다 훨씬 더 길고 어려울 교정 과정이 남긴 했지만, 어쨌든 분량 면으로 보았을 때 제가 할 일의 한 90%는 마친 셈입니다.

저번 글에서 제가 제대로 이야기를 안해서 오해가 좀 있었는데요.  제가 출판사와 계약 없이 일단 번역을 시작한 것은 아니고(협의가 되지 않은 것은 감수에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드라코님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한빛 출판사에서 제게 제안을 했습니다. 현재 Knuth 교수 홈페이지에는 Insight에서 준비 중이라고 나와 있는데,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쪽에서 포기를 하고 한빛으로 넘어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고백하건데 이 책만큼 번역 마치고 확신이 안 서는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혀 모르던 분야를 공부해 가면서 번역했을 때에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요.... 어쩌면 이런 책은 영리 목적의 단행본 출판사/전업 번역가 조합이 아니라 대학 출판사/학자 조합, 즉 교수급 인사가 학문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수십년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 저번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겠느냐'입니다 :)

번역하는 데에는 한 3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몇 년 걸려 쓰고 몇 십년동안 개정된 책을 3개월만에 번역했다는 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원래 지식의 전수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아마 인류 발전의 비밀 중 하나가 아닐까요(종속화의 덫(?)일 수도 있겠지만요);;;

대충 따져보면 하루 9~10 페이지 정도 속도로 진행했습니다. 그 전 책들을 하루 15~20 페이지 정도 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느렸지만 그래도 상당히 아쉽습니다. 넉넉히 하루 7~8 페이지 정도 속도라면 스스로 흡족했겠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돌이켜보면 "3D 수학책"을 번역했던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수식이 많이 있는 책에서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또 수학적인 내용을 어떤 어법으로 풀어나갈 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경험이 있었기에 이 책을 펼쳤을 때에도 아주 두렵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Code Reading"과 "일반적 프로그래밍과 STL"을 번역한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른바 'formal'한 문장들이 많이 있는 책이라는 점과, 그리고 워드나 쿼크 등이 아닌  (La)TeX 소스를 가지고 작업을 해야 했던 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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