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te와 email

Twitter icon류광, 2003-03-27 22:03

이번 글은 독자보다는 번역가를 지망하시는 분들께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remote... 별로 어려운 단어는 아닌 것 같지만, 아주 특이한 경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영어 사전이나 웹 상의 영어 사전들을 뒤져봐도 remote가 동사로 쓰인다고 되어 있는 것은 없습니다. remote는 '원격의'라는 뜻의 형용사이구요. '원격으로'라는 뜻으로, 즉 부사적으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remote control의 줄임말로서의 명사로 쓰이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리모콘이죠...

그러나 제가 번역한 어떤 책에서는 remote를 동사로 쓰더군요. '원격으로 조종하다', '원격으로 제어하다'라는 뜻의 타동사로 쓰이는 문장이 몇 번 있었습니다. 즉 'control remotely'라는 뜻으로 쓰이는 거죠.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은... 한국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어 역시 컴퓨터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따라 잡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용어, 단어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이구요. remote 처럼 기존 단어의 쓰임새가 변하는 일도 생기는 거죠.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예가 email입니다. email은 원래 명사로 쓰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메시징 시스템의 한 종류를 지칭하는, 아주 제한적인 용도로요. 예를 들면..

please send me a message through E-Mail system.

그런에 차츰 네트웍을 통한 메시징 시스템을 대표하는 용도로 쓰이게 되었죠.

please send a e-mail message.

나중에는 아예 '메시지' 자체를 가리키게 되었구요.

please send me a e-mail.

급기야는 동사로도 쓰입니다.

please e-mail me.

이러한 발전 과정은 e-mail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 천착해 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죠. 특히 산업 기반이나 경제 규모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위의 영어 문장을 한글 단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멜줘!'

.....

번역은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프로그래머를 꿈꾸시는 분들... '번역가'도 장래 희망 목록 끝에 올려 놓으세요...

-- 2001. 08. 05 15:07:04

태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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