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te와 email
이번 글은 독자보다는 번역가를 지망하시는 분들께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remote... 별로 어려운 단어는 아닌 것 같지만, 아주 특이한 경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영어 사전이나 웹 상의 영어 사전들을 뒤져봐도 remote가 동사로 쓰인다고 되어 있는 것은 없습니다. remote는 '원격의'라는 뜻의 형용사이구요. '원격으로'라는 뜻으로, 즉 부사적으로 쓰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remote control의 줄임말로서의 명사로 쓰이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리모콘이죠...
그러나 제가 번역한 어떤 책에서는 remote를 동사로 쓰더군요. '원격으로 조종하다', '원격으로 제어하다'라는 뜻의 타동사로 쓰이는 문장이 몇 번 있었습니다. 즉 'control remotely'라는 뜻으로 쓰이는 거죠.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은... 한국어에서와 마찬가지로, 영어 역시 컴퓨터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따라 잡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용어, 단어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이구요. remote 처럼 기존 단어의 쓰임새가 변하는 일도 생기는 거죠.
이와 관련된 또 하나의 예가 email입니다. email은 원래 명사로 쓰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메시징 시스템의 한 종류를 지칭하는, 아주 제한적인 용도로요. 예를 들면..
please send me a message through E-Mail system.
그런에 차츰 네트웍을 통한 메시징 시스템을 대표하는 용도로 쓰이게 되었죠.
please send a e-mail message.
나중에는 아예 '메시지' 자체를 가리키게 되었구요.
please send me a e-mail.
급기야는 동사로도 쓰입니다.
please e-mail me.
이러한 발전 과정은 e-mail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 천착해 들어가는 과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죠. 특히 산업 기반이나 경제 규모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위의 영어 문장을 한글 단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멜줘!'
.....
번역은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프로그래머를 꿈꾸시는 분들... '번역가'도 장래 희망 목록 끝에 올려 놓으세요...
-- 2001. 08. 05 15:07:04
예전 댓글(읽기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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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프, 2003-06-29 19:06 :
사실 북미권에서는 컴퓨터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명사의 동사화가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동사의 명사화도 발견되곤 하는데 명사의 동사화보다 빈번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신문의 컬럼에 실린 내용도 본적이 있지요. 영어권에 살면서 느끼는 점은 영어는 참으로 유동적이고 수용적인 언어란 것입니다. 참 많은 나라의 단어를 받아들이고 이런저런 형태까지 변하면서 쉽게 발전해 나갑니다. 그래서 이것이 맞춤법에 맞다 틀리다를 논할 때 전문가의 의견도 다 다릅니다. 영어권의 맞춤법이라는 개념도 일반적인 사람들이 쓰면 맞춤법으로 승화되는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맞춤법을 만들어 놓은 뒤 일반적인 그렇게 따르도록 강제하는 놈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리고 '멜줘' 등의 축약형 표현은 미국에서 먼저 발생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좀 시간이 지난 영화인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을 봐도 꼬마애하나가 이니셜만 따다가 말을 줄이곤 하지요. 실제 구어체에선 70~80년대부터 줄임말이 너무나 일반화되었었구요.
참고로 몇몇 채팅용어를 쓰면
brb - be right back (곧 돌아올꼐) g2g - gotta go(나 가봐야해) sup - what's up(어떻게 지내?) nm - not much(별일 없어)
등이죠.. 아마 멜줘란 표현도 있긴 있을듯 한데 아직 보지 못했네요.
어딘가 해매다가 들어왔는데... 그냥 헛소리 남기고 갑니다 죄송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