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rgence, 융합, 수렴

류광, 2012/07/08 01:30
convergence는 융합보다는 수렴이라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과학계 뉴스들을 보면 융합이라는 단어가 종종 보이는데 놀랍게도 fusion이 아니라 convergence를 뜻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fusion과 convergence는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이므로 그 둘을 '융합' 하나에 대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fuse의 명사형인 fusion에는 다소 이질적인 두 대상을 어느 정도 인위적인, 강제적인 요인(이를테면 열 등)을 통해서 하나로 합친다는 뜻이 있습니다. 반면 converge의 명사형 convergence는 뭐랄까 '사필귀정'이나 '만류귀종'의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즉, 현재는 다양한 상들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인다거나, 원래 하나인데 사정 상 갈라져 있었었던 것을 다시 하나로 만든다는 느낌이랄까요.

예를 들어 스마트폰은 전화기와 PDA의 fusion일 수도 있고 convergence일 수도 있는데요. 단지 제조사나 이통사의 이해 관계 때문에 둘을 합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라면 fusion이라고 말할 것이고, 예전에는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못했지만 하나의 기기로 전화도 걸고 정보도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는 사람이라면 convergence라고 말할 것입니다.

한국어 문장에서도 이러한 구분을 표현할 수 있으려면 두 단어에 각각 다른 용어를 배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로 한다면, 적어도 과학의 맥락에서, 그리고 기존 용례들을 볼 때, fusion에 대해서는 융합이 당연한 선택이고 convergence에 대해서는 수렴이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수렴이 수학이나 과학 바깥에서 쓰이는 용례로는 '의견 수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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