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태에 대해
사람들이 소위 '번역체'라고 하는 문체에 대해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수동태를 남용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한국어에는 수동태가 없다는 말도 하던데요. 뭐 수동태는 없을지 몰라도 피동(입음)문은 있습니다. 수동태와 피동문이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피동문을 만드는 피동화 접미사나 되다, 지다, 받다 같은 동사가 존재하죠.
남용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번역을 하다보면 수동태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데 억지로 피하는 것도 좀 우스운 일입니다.
수동태가 필요한 대표적인 경우는 주어를 계속 유지하고 싶을 때입니다. 시점의 변화를 최소화한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A가 B를 호출하고, C가 A를 호출한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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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 A는 내부에서 함수 B를 호출한다. 그리고 함수 C는 A를 호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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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 A는 내부에서 함수 B를 호출한다. A 자체는 함수 C에서 호출된다. ..."
만일 이 다음에 함수 C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면 1 번이 더 낫겠지만, A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2번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A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거든요...
정말로 피해야 할 것은 "~되어지다" 같은 중복된 수동문입니다. 비문이죠.
예전 댓글(읽기 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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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03-11-05 0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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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rrti, 2003-11-25 12:11 :
문제는 번역을 할 때 외국에는 있는 문법이 우리말에 없는 경우 만들어 쓰거나 맞추는 방법 밖에 없어서 쓰는 것과, 일상적으로 쓰는 말에 그 번역할 때에나 써야할 말을 쓰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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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el, 2011-05-20 18:05 :
어쩌다보니 여기 들어와 글을 읽게되었습니다.
번역상 수동형을 얼마나 기술(?)적으로 피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위에 드신 예만을 놓고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면 우리말은 어순(?)을 바꿔도 별 문제 없기 때문에 '함수 A는 내부에서 함수 B를 호출한다. A 자체는 함수 C에서 호출된다." 보다는 "함수 A는 내부에서 함수 B를 호출한다. (그리고) A는(를) C가(에서) 호출한다." 라고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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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래도 별 차이가 없겠네요. 인접한 문장들에서 주어가 바뀌는 게(제시하신 예에서는 A에서 C로) 집중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예가 그리 강력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설명을 보충하자면, "~되어지다"가 비문인 것은 이중 피동이기 때문입니다. "~되다"와 "~어지다" 둘 중 하나만 써야 정상적으로 피동을 표현하는 것인데, "~되어지다"는 이중으로 피동을 쓴 것이 문제죠.